스마트 스토어 생존기 - 돌아갈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하다.
2022년 6월 늘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 나는 마치 이 일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 같았다.
내가 하는 일 자체가 고도의 두뇌를 필요하지는 않지만 섬세한 디테일이 필요한 일이라 온 신경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는 장단점이 있었다.
그날도 언제나 그렇듯 엉덩이를 의자에서 제대로 떼보지도 못하고 내 두 손은 키보드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.
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나에게 대표님은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와선 하는 말이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.
"팀장님이 코로나 때문에 일주일간 자리를 비우게 돼서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한가해서 다행이에요."
황당함과 허탈감에 표정관리도 못한 채 대표님을 멍하니 1초간 쳐다봤다. 그리고 대답했다.
"저는 바쁜데요...?"
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을 것이다.
대표님께서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기가 몰라서 미안하다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.
다시 한번 회의감이 몰려들어왔다.
이 회사에 들어온 첫날 전임이 도망가는 바람에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첫 업무를 바로 시작해야 했다.
더군다나 회사 내에 제대로 된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엑셀 파일로 중요 서류들을 구분하고 정리해 놓으니 그제야 일이 조금 수월해졌다.
이런 나를 보며 대표님과 팀장님은 드디어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았다며 손뼉 치며 좋아하셨다.
처음에는 나도 칭찬을 받고 내 실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.
근데 그게 다였다. 한 달도 안 돼서 나는 그 회사에서 쉴 새 없이 일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.
모든 급한일을 내게 넘겨주면 시간 내에 무조건 처리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.
얼마나 당연했으면 일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저런 헛소리를 늘어놓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.
퇴근길, 녹초가 된 정신과 몸을 이끌고 또다시 나를 사람들이 빽빽한 지하철에 욱여넣고 온 몸에 힘을 주며 쓰러지지 않도록 버텼다.
그렇게 해서 집에 돌아온 나는 하는 일이라고는 씻고 저녁 먹고 그대로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으로 유튜브만 쳐다보는 것이었다.
그러던 중 뜬금없이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나를 스마트 스토어의 세계를 소개해주었다.
하나를 시청하고 나니 다음날에도 툭 튀어나오고 그 뒤에도 잊을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더니 어느샌가 스마트 스토어를 검색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.
유튜브에서 나오는 스마트 스토어의 세계는 너무나 달콤해 보였다.
혼자서 노트북 하나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유튜브에 나오는 사람들의 수익도 엄청났다.
아침에 꾸역꾸역 일어나서 쉬는 시간도 없이 죽어라 일만 하다가 지옥철을 견디고 녹초가 돼서 침대 지박령이 되는 내 모습이 너무 바보처럼 느껴졌다.
나도 저렇게 오롯이 내가 책임자가 되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. 심지어 잘 벌고 싶었다.
그래서 결심을 했다. 한 번 도전해 보기로. 직접 부딪혀 보기로.
대표님께 상담 요청을 한 후, 한 달 뒤에 퇴사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.
대표님께서는 회사를 왜 그만두려고 하냐, 혹시 회사를 다니면서 말 못 한 힘든 일이 있었던 거냐, 일을 그만두고 무엇을 하려는 거냐며 끊임없이 질문을 내게 던졌다.
나는 심플하게 대답을 했다.
"장사를 해보려고요."
끝날 것 같지 않던 무한 질문을 다 받아쳐내며 겨우 그 자리를 탈출하고 나니 남은 퇴사까지 남은 한 달을 여기서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이 몰려들었다.
그리고 내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.
어떻게든 퇴사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모든 일거리를 내게 다 몰아주고 심지어 두 달 후에 작성해야 할 서류들까지 만들어놓고 가라는 지시에 정말 혀를 내둘렀다.
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었다면 퇴근 후 나는 침대의 지박령에서 벗어나, 스마트 스토어 창업 초보자들을 위한 책을 구입하여 오픈에 필요한 서류들을 천천히 준비해나갔다.
너무 무모했지만, 준비하는 동안 나는 부푼 꿈에 꾀나 설레었다.
그렇게 한 달이 지나 드디어 퇴사를 했다.
이미 창업을 해 보신 분들을 알겠지만 스마트 스토어를 개설하는데 필요한 서류들이나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.
한 달을 여유 있게 준비를 했지만 여전히 나는 퇴사 후에도 제대로 된 상품도 올리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.
그렇게 2주의 시간을 더 까먹고 나니 드디어 내 스토어에 상품을 올릴 준비가 끝나 있었다!
그리고 천국과 지옥 그 사이 어딘가 내 던져진 내 모습을 발견하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ㅎㅎㅎ